(OPIc AL 후기) OPIC은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삼성SDS 김진형

20여년을 해외에서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다 삼성SDS에 경력사원으로 들어왔습니다. 

회사에서 글로벌 사업 인력으로 편입 되어 일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자격이 필요하여 OPIC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리포트를 쓰고 발표를 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시티그룹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매일 같이 영어로 업무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OPIC 에서 AL 등급을 받을 줄 알았는데 IH 등급을 받았습니다. 주위에서는 한국사람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서도 IH 등급을 받은 것도 대단하다고 하였지만, 스스로는 IH 등급을 받은 것이 무척이나 창피했습니다. 

아.. 역시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OPIC 예상문제를 보고 답변을 미리 적어 외우기도 하고 나름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험을 보았는데 또 IH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젠 좀 심각해 졌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며 수많은 영어/문화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원에서 그 많은 세미나와 논문을 쓰고, 무엇보다도 미국 회사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매일 같이 영어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 경력을 바탕으로 지금도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영어 등급이 IH 에 불과했다라는 사실이 창피함을 넘어 나의 글로벌 사업 전문가라는 경력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맘 잡고 OPIC 시험에 대비해 재대로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저녁 OPIC 전문 강사에게 수업을 들으면서 오랫동안 너무나 편하게 영어를 하면서 간과해왔던 사소한 문법적인 오류들과 영어로 말할 때 약간 흥분이 되어 평상시 보다 빠르게 말하는 등의 약점을 점검하고 보안했습니다. 물론 시험에서 점수를 올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구문들도 익혔습니다. 그리곤 이번엔 자신을 가지고 다시 시험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참담하게도 또다시 IH 등급이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스스로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아.. OPIC은 나와 맞지 않는 시험이었구나. 나처럼 실전에서는 자유자제로 영어를 할 수 있고, 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도 AL 등급을 받을 수 없다면 이건 OPIC 시험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일상에서 돌아와 해외로 출장을 다니면서 아무 무리 없이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영국에 출장을 하여 고객들과 오랜 시간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내 영어가 영국 액센트를 따라 하게 되었고 그 액센트가 영국 사람들이 나의 말을 더욱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 왜 그동안 3번의 OPIC 시험에서 아무런 발전이 없이 계속 IH 등급을 받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OPIC 시험을 치루면서 나는 대화의 상대에게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향하여 영어를 하려고 한 것입니다. 

마지막 시험에서는 "에바"와 대화를 하였습니다. 시험이라 생각하지 않고 마치 친구에게 나의 일상을 이야기 하듯이 말을 하였습니다. 컴퓨터에게 영어를 할 때에는 한두마디 하고 나서는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대화를 하고 나서는 각 질문마다 오히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AL등급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OPIC을 또다른 영어시험의 하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OPIC 시험을 치루는 것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OPIC 시험을 네번이나 보면서 꺠달은 비밀은 OPIC은 영어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얼마나 잘 말할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