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사진
고려대학교 윤현지
Toeic Speaking과의 차이점으로 free talking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OPIc이지만, OPIc도 어디까지나 시험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시험을 잘 보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요령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그러나 나는 오늘 여기서 OPIc 공부를 계기로 영어를, 영어말하기를 좀더 좋아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지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 교육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하지만 영어에 관한 한 ‘나 영어 잘 해요’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드물어 보인다. reading, listening 시험에는 익숙하지만 speaking은 아직도 어색함 그 자체다.

나는 이러한 한국인들의 영어울렁증, 그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영어말하기는 우리가 초등학생, 늦어도 중학생 때에는 다 외웠던 유치한 ‘초딩’단어들로도 충분하다. 또한, 미드에 등장하는 native들처럼 영어를 멋지게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거지 창피한 게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뻔뻔한 “마인드셋”을 장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어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떼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고 싫다.

나의 영어말하기를 끌어올린 가장 커다란 원동력은 바로 저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는, 아니 영어 뿐 아니라 언어는 자꾸만 말을 해야 는다. 3형식 문장, 주어 동사 목적어밖에 없는 짧은 문장들이라도 여러개 모이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이게 영어로 뭐더라? 아휴... 대신에 그 단어를 내가 아는 쉬운 영어 단어들로 설명해 주면 그만이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복잡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어려운 어휘, 숙어/표현들을 계속해서 더 외우면 된다. 다양한 문장 구조를 사용하고 싶으면, 시간 내서 문법책을 한번만 더 들여다보면 된다. 다시 말해, 영어말하기는 입을 트는 것이 멋있는 문장을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입만 트고 나면, 익숙한 방법들로 우리의 영어를 풍부하게 해나가면 된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수기에 실망할 사람들을 위해 좀더 현실적으로 돌아오자면, 우선 전화영어를 추천하고 싶다. 나의 경우는 고작 1달 미만 잠시 체험해봤을 뿐이지만, 시간 대비, 가성비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루 10분간 영어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외국인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도 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간단한 대답으로 리액션하는 방청객 역할이 될 뿐,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측이 되긴 힘들다.

또한, OPIc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인,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바란다. 낯선 주제에 관한 질문들은 한국어로 설명하라고 해도 쉽지 않다. 내가 체크하려고 마음먹은 주제들에 대해 영어로 최대한 많이 생각해 두자. 예를 들어 ‘산책’에 체크하려고 한다면, 내가 평소 주로 누구와 언제 어디로 산책을 가는지 등을 구체화시켜서 머릿속에 그림으로 넣어두자. OPIc은 ‘정답’을 맞춰야 하는 부담감이 적은 시험임을 기억하고 brainstorming하듯이 주제와 어느정도 관련된 것 같으면 일단 이야기하자.

또 다른 요령이라면, 영어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재주라는 것이다. 가장 큰 예로 발음을 들 수 있겠다. 같은 문장을 말했더라도 좋은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굉장히 달라 보인다. 단기간에 발음을 고치는 것이 역시 쉽지 않다면, 시험 응시 동안만큼이라도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약간의 오버액션과 리액션이 들어간 영어를 말하자. 적어도 영어를 말할 때만큼은 영어와 어울리는 발음, 강약, 억양, 강세를 따라해 보자.

마지막으로, 영어말하기 시험은 긴 호흡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단기간에 집중도있게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얘기하고 싶다. 지하철, 화장실, 잠들기 직전, 심지어 걸어가면서 등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머릿속으로 무언가 영어를 생각하고 입으로 중얼거려야 한다.

흔히들 언어 공부만큼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말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공부가 절대 아니지 않은가. ‘꾸준히’ 공부한다면 분명 만족스런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외국인을 보고 당당히 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Posted by 김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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