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우사진
고려대학교 이형우
대학 졸업반인 나는 어렴풋이 이력서에 입사지원서나 입사 후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영어 스피킹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2년의 해외어학연수와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말하는 상황에는 큰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정형화된 시험을 본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꼭 영어구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토익스피킹과 오픽을 봐야할 시험을 압축했다. 토익스피킹에 ‘토익’이 더 친근해서일까, 약 한 달간 막연하게 토익스피킹을 공부했다. 

시험 준비 중, 시험 자체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대답의 공식이 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느꼈다. ‘암기과목도 아니고 스피킹 시험에서도 암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시험도 치루지 않은 채, 스피킹 시험자체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후, 영문과 교수님이 수업 중 오픽과 토익스피킹을 잠시 비교하신 적이 있다. 결론인즉, 오픽은 실제 대화 패턴과 가장 유사하고, 앞으로 그 중요도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오픽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주말반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한달 간 오픽에는 어떤 유형이 있으며, 약간의 요령을 터득한 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야구중계를 볼 때도 심심하면 혼자 상황을 주어,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야구 선수입니다. 야구선수로서 팬에게 팀을 홍보해보세요’ 등의 문제를 스스로 내고 스스로 답하며, 오픽을 준비했다. 또한 시험보기 5일전부터 본격공부에 들어가 카페어서 혼자 책을 보며 주저리, 주저리 영작도 하며 웅얼대며 그렇게 시험 준비를 했다. 

7월 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크레듀에서 시험을 본 후(시험장이 시원해서 참 좋았다) 정확히 일주일 후, 설렘 반, 걱정 반 점수를 확인했다. 사실 목표치는 늘 AL이었지만 학원 강사님은 학생들에게 ‘AL은 정말 따내기 힘든 점수이다, 그러므로 IH를 노려라’ 고 늘 말씀하셨었다.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겨 열심히 준비하였었는데 AL이라는 점수가 막상 나오니 참 신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난 외국에서의 고생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며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기도 하였다. 

AL점수가 나오고 나서 며칠 카카오스토리 대문에 포스팅 한 적이 있다. 딱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이제 영어스피킹 시험은 한동안 안 봐도 되겠다 싶은 마음에 올렸는데 친구들의 과외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당장 다음 주에 아르바이트를 마친 늦은 월요일, 목요일 저녁에 종로에서 친구들에게 간단한 과외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 점수를 받은 후 특별히 쓴 곳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지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벌써부터 뿌듯하다. 오픽 공부하길 참 잘 한 것 같다.


Posted by 김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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