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사진
연세대학교 박영주
저는 교환학생도 갔다온 적이 없고, 여행은 5살때 뉴욕 5일과 21살때 일본 4일 밖에 없습니다. 영어를 활용할만한 동아리를 가입한 적도 없고, IGS라는 영어 토론 클럽에 딱 하루 가봤다가 멘붕와서 나왔구요. 외고를 나오긴 했지만, 영어를 애초에 잘 하는 애들이 좀 더 많이 모여있다는 것이지 수업은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대학교 영어수업들은 한국인 교수님이 하신 수업이었고, 영어로 질문을 하거나 토론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주변에 친한 외국인도 한 명도 없고, 여하튼 영어에 노출될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취업을 준비해야하나 하는 마음이 갑자기 들어서 오픽을 신청한 것인데, 유학으로 진로를 바꿔서 이제 쓸모는 없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때는 9월 공채에 어떻게든 넣어야겠다는 마음에 가장 빠른 날짜의 시험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전 처음에 외국인과 1대 1로 면담하는 시험인줄 알았습니다.시험 전날 학교에서 오픽 책 한권을 빌렸고, 컴퓨터로 시험을 본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놀란 후에 시험 유형에 관한 설명을 읽는데 이해도 잘 안 가더라구요. 몇몇 예시 답변들을 보다보니 기가 많이 죽었습니다.(사실 예시답안처럼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 당일날도 수업 끝나자마자 가느라 자기소개마저 준비를 못했습니다. 그 책은 예시답안 위주의 책이고 앞부분만 대강 보다가 덮어서, 도대체 무슨 시험을 보러 가는지 감이 안 온 채로 막막한 심정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저같은 분들을 위해 시험 유형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컴퓨터로 보는 스피킹 시험이고 시험 시간은 총 40분 정도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인지 묻는 기본적인 정보부터 자신의 취미생활을 주어진 리스트중에서 최소한 몇개 이상 고르는 등 사전 조사서가 화면에 뜨는데, 여기에 기반해서 문제가 출제되기에 내가 영어로 대답을 잘 할만한 것들을 골라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최소로만 선택해서, 대강 이 안에서 주제가 나오겠지 하고 머리를 빙빙돌렸는데 어차피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편하게 시험에 임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레벨을 정할때 저는 아마 4~5중에 하나를 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시 답안을 눌러서 들어보면서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란 어떤건지 들으면서 신기해했습니다. 최고 레벨 샘플은 꼭 들어보시면서 마지막으로 영어에 익숙해져보시길 바랍니다.

질문을 한번 더 들어볼 수 있다고 해서 전 모든 문제에서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리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질문을 한번 더 들었습니다. 총 시험시간은 고정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많은 질문을 두번씩 들을수록 제가 답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 거죠. 이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할 말도 많이 있진 않을테고, 한번 더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게 좋습니다.

자기소개나 앞부분 질문들을 제가 정말 초스피드로 끝내버려서, 당황하면서 뒷부분 문제로 갈수록 말을 많이 늘렸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 관련 취미에서, 사실 전 블로그가 없고 카*오 스토리를 제 비밀 일기장으로만 쓰고 있어서 질문의 취지가 좀 저랑 안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럴땐 당황하지 마시고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내가 쓰는 카*오 스토리는 어떠한 플랫폼이라서 블로그랑은 사실 좀 다르고, 보통 사람들은 이런걸 이렇게 쓰겠지만 난 사실 이걸 이렇게 쓰고 있어~라고 하면서 문제에서 묻는걸 포섭하면서도 제 이야기로 끌고 갔습니다.

제가 AL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외운 티가 나지 않고(외운게 없어서),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대답을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쇼핑에 관한 질문에서 전 옆에 누가 들을까봐 걱정하면서도 겁나 섹시한 수영복 사러 왔어요 이런식으로 갔던 것 같습니다. 질문이 어렵다면,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내 마더텅으로도 대답하기 어렵겠지만~하면서 대답을 시작했구요. 음, 어, 이런건 최대한 줄이고 어떻게든 문장을 죽죽 뽑아내는게 좋습니다.

IH를 받은 제 친구는 자기소개에서 시간을 엄청 끌면서 그거 아니? 나 사실 취업때문에 오픽보러온거야 이러면서 거의 원맨쇼를 하고, 뒷부분 질문에서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데 선택했던 취미에 관한 질문들이 나와서, 사실 나 이거 별로 이젠 좋아하지 않아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답니다.

오픽은 기본적인 영어 구문과 단어를 안다면, 평소에 그냥 혼자 영어로 대화하듯이 사고하면서 준비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자신감과 자연스러움, 재치와 정말 기본적인 영어 수준만 있다면 저처럼 AL도 가능합니다.


Posted by 김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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